(1) 바이오가이아 프로덴티스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스웨덴 바이오가이아(BioGaia) 사의 프로덴티스(ProDentis™)는 1990년 안데스 산맥에 사는 페루 여성의 모유에서 추출한 락토바실러스 루테리(L. reuteri) DSM 17938과 구강건강 상태가 탁월했던 일본 여성의 입 속에서 추출한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ATCC PTA 5289라는 두 개의 균주(菌株, strain)를 함유한 구강 전문 제품이다. 바이오가이아의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균은 이제까지 전 세계 전 연령층을 아울러 총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200편이 넘는 임상연구가 진행된, 세계 최다 수준의 연구 결과로 뒷받침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덴티스는 충치를 예방하고 구취를 줄이기도 하지만, 특히 잇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성 잇몸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락토바실러스 루테리가 함유된 껌을 꾸준히 씹게 했을 때 탐침 후 출혈(bleeding on probing,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치주낭 측정기를 넣었을 때 피가 나는 현상) 정도와 치은열구액 속 염증 지표가 크게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만성 치주염이 있는 환자들에게 스케일링과 잇몸치료(scaling & root planning)를 실시한 뒤 프로덴티스 로젠지 정을 하루 2회 12주 동안 복용하게 했을 때 그러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염증으로 깊어진 치주낭이 훨씬 크게 감소한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2016년 ‘국제임상치주학회지(Journal of Clinical Periodontology)’에는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병원 치주병학과 울리히 슐라겐하우프(Ulrich Schlagenhauf) 교수팀이 진행한 실험 결과가 게재됐다. 임신성 치은염이 있는 임신 3기 초의 여성 45명을 대상으로 프로덴티스 로젠지 정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로, 출산 시까지 약 3개월 동안 프로덴티스 정을 하루 2회 복용하도록 한 실험군 여성들에서 치은염 지수(gingival index)와 치면세균막 지수(plaque index)가 통제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아진 것이 확인됐다. 슐라겐하우프 교수의 말대로 “구강유산균 락토바실러스 루테리를 섭취하는 것이 올바른 칫솔질과 치실 사용,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더불어 임산부의 구강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출산을 돕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프로덴티스는 현재 ETC 제약 제품처럼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곳곳의 치과 병원에서 판매되고 있다. ‘토털 헬스 프로그램(Total Health Program, THP)’이라는 예방치과 진료가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병원 홈페이지에서 각종 진단검사 프로그램과 함께 프로덴티스 요법을 적극 소개하고 있는 병원도 많다.
(2) 오라제닉스 프로바이오라
미국 생명공학제약사 오라제닉스(Oragenics)에서 선보이는 프로바이오라(ProBiora) 제품 라인에는 모두 ‘프로바이오라3(Probiora3)’라고 명명된 특허받은 조성물이 함유돼 있는데, 이 조성물을 구성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한 구강에서 추출한 3종의 균주, 스트렙토코쿠스 오랄리스(S. oralis) KJ3, 스트렙토코쿠스 우베리스(S. uberis) KJ2, 스트렙토코쿠스 라투스(S. rattus) JH145다. 특히 프로바이오라3에 포함된 균주 중 하나인 스트렙토코쿠스 라투스 JH145에는 충치 원인균인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 수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3) 블리스 테크놀로지스 프레쉬브레스 & 투스가드
뉴질랜드의 구강 프로바이오틱스 전문회사 블리스 테크놀로지스(Blis Technologies)에서 생산하는 대표적 제품 프레쉬브레스(FreshBreath)와 투스가드(ToothGuard)는 각각 특허받은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BLIS K12™와 BLIS M18™을 함유하고 있다. BLIS K12™는 입 속과 후두에서 발견되는 스트렙토코쿠스 살리바리우스(S. salivarius) K12™로 구취의 주된 원인 인자인 휘발성 황화합물(VSC) 수치를 줄여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구강에서 발견되나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서만 검출할 수 있는 스트렙토코쿠스 살리바리우스 M18™은 치태를 감소시키고 충치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그 외
대만 징유생명공학(景岳生技)에서 판매하는 구강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덴탈락(Dental-LacⓇ)은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세이(Lactobacillus paracasei) GMNL-33라는 균주를 함유한다. 일명 ADP-1으로 불리는 이 균주는 입 속에서 충치 원인균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의 생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인 오라팜에서는 일명 oraCMU™,oraCMS1™라 불리는 웨이셀라 시바리아(Weissella cibaria) CMU와 웨이셀라 시바리아 CMS1 균주가 함유된 제품 오라덴티와 그린브레스를 선보이고 있다. 오라덴티는 잇몸건강을, 그린브레스는 구취억제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일본 와카모토제약(わかもと製薬株式会社)에서는 락토바실러스 살리바리우스 WB21이라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함유한 구취 억제 제품 아반비즈(AVNATBISE)를 내놓고 있다.
▲ 구강 프로바이오틱스 락토바실러스 루테리의 염증 완화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
질환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치료하라
‘오랄 프로바이오틱스 테라피: 즉시 실천 가능한 미생물요법(츠지무라 스구로(辻村 傑)외 저, 허정욱 역, 대한나래출판사, 2019)’의 책임 편집을 맡기도 했던 일본 치과의사 요시노 토시아키(吉野敏明)는 일찌감치 일명 ‘요시노 메소드(Yoshino Method)’라는 이름으로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 기법을 활용한 구강 미생물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진단 및 솔루션 전문기업 덴오믹스(Denomics) 등에서 제공하는 박테리아 진단 서비스/키트의 초기 모델로, 치과에서도 질환의 ‘결과’로 나타난 증상을 치료하는 데만 급급해하는 대신 질환의 ‘원인’을 억제하는 예방 진료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보았던 그의 철학이 그에서도 드러난다.
‘오랄 프로바이오틱스 테라피’에는 그가 2015년 일본치주병학회에서 발표한 내용도 소개돼 있다. 그는 치주염 치료에 항균요법을 사용할 때의 위험을 인지하고, 대신 환자들에게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균을 함유한 프로덴티스 정을 하루 3회, 3주간 복용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균요법에서처럼 총 균수 자체가 크게 변동되지는 않으면서,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 같은 ‘레드 콤플렉스’ 균들의 총 균수 대비 비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이 관찰되었다. 그는 “약품이 아닌 건강기능 ‘식품’인 프로덴티스는 항생제처럼 현기증, 구토, 위장장해 등의 부작용이 전혀 없고, 총 균수의 저하 없이 유해균만을 감소시켜 양호한 구강 내 미생물총의 획득에 성공한 것”이라고 전했다.
▲ Oral Probiotics Therapy 강연 중인 허정욱 원장.
흔히 논의되는 치과의 미래상은 ‘정밀 치과(Precision Dentistry)’이자 ‘개인화된 치과(Personalized Dentistry)’다. 환자 각각에 집중한 ‘개인화된’ 모니터링과 치료, 환자의 구강 상태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정교한 해법을 제공하는 ‘정밀’한 진단과 처방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다행히 지난 십여 년 사이 크게 발전한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지식 덕분에, 이 같은 예방치과 진료의 전략 옵션을 궁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렇게 구강 마이크로바이옴의 미생물학적/면역학적 측면이 매일의 진료 환경에 도입된다면, 구강질환의 기저에 있는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생태학적 관점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 역시 확대될 것이다. 치과의사들은 이제 질환의 결과만이 아니라 질환의 원인을 다루게 되고, 치과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치과의사들이 지금껏 축적된 생물학적 지식을 환자의 권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 진정한 ‘정밀 치과’와 ‘개인화된 치과’ 역시 가능케 될 것이다.
글 사진허정욱 원장(부산 굿윌치과병원)
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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